‘파랑(PARANG)’은 작은 파동이 겹치며 하나의 형태로 수렴되는 과정에서 출발한 개념입니다. design CHOU에서 이 단어는 공간의 용도를 정해두는 말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동시에 작동하며 하나의 장면으로 모이는 방식을 설명하는 어휘로 사용됩니다. 파랑은 공간을 하나의 기능으로 고정하지 않습니다. 장면은 형태보다 사람의 관계와 작은 움직임에서 먼저 드러난다고 보고, 그 움직임을 이루는 조건들이 서로 겹치거나 비켜서는 방식에 주목합니다. 이 조건이 달라질 때마다 공간은 전혀 다른 장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전시가 중심이 되고, 어떤 날에는 다과가 자리를 결정하며, 때로는 조리의 시작이 집 안의 분위기를 이끌기도 합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하루 동안 서로 다른 화면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유입니다. 파랑은 기능을 배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장면이 무리 없이 드러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특정한 형태나 스타일을 지정하는 개념이 아니라 장면이 태어나는 조건을 먼저 세우고 그 조건을 공간의 구조로 번역하는 design CHOU의 설계 방식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파랑은 전시·다과·요리를 분리된 기능이 아니라 여러 조합으로 중첩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해석하기 위한 언어였습니다. 하루 동안 중심이 바뀌어도 공간의 질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각 장면이 기댈 수 있는 기준을 먼저 정리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결국 파랑은 기능을 먼저 정해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조건을 정리해 장면이 태어나는 구조를 만드는 방식을 뜻하는 design CHOU의 디자인 어휘입니다.